교육 현장에서

< 학교 떠나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 >

엑칼쌤 2018. 6. 17. 09:49

학교 떠나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




다문화 가정 출신 아이들이 진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부색이 다른 데서 오는 은근한 차별과 서툰 한국말 실력은 그들을 교실에서 겉돌게 한다. 친구는 사귀기 어렵고, 학교에서 배우는 한국어는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자연스레 학교생활에서 멀어져간다. 자의건 타의건, 그들 중 일부는 결국 정상적인 교육궤도에서 이탈한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학업 중도 이탈률은 일반 가정보다 네 배 이상 높다. 학업 부진과 교우 관계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더는 이들을 소수라 여길 수 없다. 현재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학생은 10만명에 육박하며, 향후 매년 2만 명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전망이다. 다문화 가정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 매년 2만명, 초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는 다문화가정 자녀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이 모(34) 교사는 지난 3월 담임을 맡은 교실에 들어서면서 내심 놀랐다.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확실히 임용 초반보다 학급에 다문화 가정 학생이 증가한 걸 체감한다"며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심화할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결혼과 외국인 유입이 늘면서 다문화 가정의 학생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2년 4만4천여명에 그친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가정 학생은 3년 만에 67.4%가 증가해 8만명을 넘어섰다. 국제결혼 가정 자녀(7만4천여 명)와 외국인 가정 자녀(6천여명)를 더한 수치다.


전체 학생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는다. 2009년 0.35%에 그쳤지만 2014년 처음으로 1%를 넘어선 뒤, 이듬해 1.35%까지 늘었다. 초등학교는 2%를 넘어섰다. 초등학생 50명 중 1명은 다문화 가정 자녀라는 의미다.


◇ 학교 가기 참 힘들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장민호(가명·9) 군은 매일 등굣길이 고역이다. 장 군은 "국어 수업 시간이 가장 힘들다. 한글은 읽기도, 쓰기도 어렵다"며 "친구들이 조선족이 범죄자로 나오는 영화를 얘기하며 놀릴 때가 많아 걸핏하면 싸운다"고 말했다. 장 군의 어머니는 10년 전 한국에 온 조선족(중국 동포)이다.


다문화 출신 자녀의 학업 중단율은 내국인 가정보다 훨씬 높다. 교육부가 발표한 '다문화 학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 다문화 가정의 초등학교 학업 중단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감소 추세인 내국인 학생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중학교 역시 내국인 학생의 학업 중단율이 2012년 0.8%에서 2013년 0.7%, 2014년 0.6%로 꾸준히 감소하는 동안 다문화 학생은 매년 1.2%를 유지했다.


학교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계의 어려움이다. 여성가족부가 2016년 발표한 '전국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자녀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서'(64.7%·복수응답)로 나타났다. 이어 '학교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가 45.2%,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해서'가 25.3% 등이 뒤를 이었다. '외모 때문'도 7.7%를 차지했다.


학업 중단 사유에서도 '학교생활 문화가 달라서'가 18.3%로 가장 많았고, '공부가 어려워서'가 18%로 그 뒤를 이었다.




부모님의 국적을 두고 농담할 때 스트레스받는다고 답한 경우도 국적에 따라 30~50%로 나타났다.


◇ 바쁘고, 몰라서…아이 교육에 집중하기 힘들어요




또 다른 문제는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다는 점이다. 아직 우리말에 서툰 데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하기 때문이다.

10년 전 귀화한 베트남 출신의 전 모(41) 씨는 "아직 한국말이 능숙하지 못해 학부모 참관 수업이나 아이들 숙제 도와주기 등에 어려움을 느낀다"며 "가정통신문 등 알림장을 적어올 때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의 엄마를 둔 초등학생 A 군은 "엄마와 대화한 경험이 별로 없다"며 "다른 친구들처럼 진로나 공부 등으로 더 많이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베트남어에 서툴고, 엄마는 한국어에 서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의 외국인 노동자 밀집 지역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 모(54) 교사는 "생계유지 등으로 자식 교육에 신경 쓰기 힘든 다문화 가정 부모들이 많다"며 "지식수준이 낮거나 우리말이 서툰 이도 많아 가정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복지센터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다문화 가정 학부모 대상 교육 등을 통해 부모들도 함께 공부해야 한다"며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엄마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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