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기 - 1910

< 일제는 쌀 수탈 위해 철로를 직각으로 꺾었다 >

엑칼쌤 2018. 12. 22. 21:00

일제는 쌀 수탈 위해 철로를 직각으로 꺾었다


전북 완주군 삼례에서 직각으로 꺾여 달리는 전라선(빨간색)과 관개수로(노란색).         



호남고속도로와 전라선이 전북 완주군 삼례. 이 들판을 관통하는 전라선은 익산역→춘포역→삼례역→동산역→송천역→전주역으로 이어지는데 직선이 아닌 직각으로 꺾으며 달린다. 또 하나 바라다보이는 것이 관개수로다. 삼례 앞을 감싸 흐르는 만경강에서 물을 받은 관개수로는 익산을 향해 역류한다. 그 관개수로도 직각으로 꺾어가며 달린다.


둘 다 일제가 호남평야의 쌀 수탈을 위해 만들어놓은 철로이자 수로다. 철로가 직각으로 꺾어지는 것은 중간중간 간이역을 만들어 쌀 수송을 편하게 하고자 함이며, 수로 역시 들판 이곳저곳 물 대기를 편하게 하고자 함이다. 20세기 전후 철도부설권을 얻은 일제에 의해 생겨난 신도시들에 관한 이야기다. 공주·상주·전주 등에 철로를 내려 하자 그곳 유림들이 지맥(地脈) 손상을 이유로 반대하였기에 어쩔 수 없이 대전·김천·익산이란 신도시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조선을 통째로 빼앗은 일본이 지방 유림 세력이 무서워 공주·상주·전주 등을 포기했다고? 근거 없는 이야기다.


구(舊) 도시를 관통하여 철도를 내고 역을 세우려면 공사 기간과 공사비가 늘어난다. 토지 수용에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고, 그 개발의 수혜는 이곳에 땅을 가진 조선의 구 기득권(양반)에 돌아갈 것이다. 이 또한 원하지 않는 바이다. 차라리 허허벌판에 새로 길을 내고 도시를 만드는 것이 훨씬 쉽다. 익산과 대전이 생겨난 데는 더 큰 이유가 있다. 신도시 대전에 분기역을 만들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물류 운송이 쉽다. 조선시대 천안의 역할을 대전이 떠맡은 것이다. 익산 신도시에 분기역을 만들면 전라 동부와(전주·남원·순천) 서부(정읍·나주·목포)를 쉽게 통제할 수 있다. 식민지 통치를 위한 일본인들의 실용적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