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지기 동기 여쌤 >

엑칼쌤 2020. 5. 31. 08:09

20년지기 동기 여쌤 

 

2000년 나는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여쌤은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다음 해 둘이 정식 교사 시험 합격해서 교육도 같이 받고.

중학교로 발령 받아서 나는 2학년 담임으로, 여쌤은 1학년 담임으로 발령.

그러다가 2004년 둘이 같이 3학년 담임으로 발표되었다.

그 해에 나는 일요일에 학생들 등교시켜서 학생들과 같이 공부했었고.

그러다가 2학기에는 10개 반 희망자들만 남아서 밤 10시까지 야간 자습도 했었지.

우리 반은 40명 전원 남아서 하고. 

일요일에 학생들보다 먼저 와서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한 명씩 한 명씩 학생들이 왔었다.

9시를 넘어서 등교할 경우 첫 번째 학생은 벌금 100원, 두 번째는 200원.

이렇게 벌금이 올라가니 9시 넘어서 오는 녀석들은 옆에 친구들이 보이면 먼저 들어가려고 달리기 시합이...

교실로 들어오면 '헥헥'

그 돈으로 오후에 아이스크림 사 먹고.

 

......

 

그러다가 2006년 2학기에 내가 고등학교로 전근을 갔었다.

그리고 2016년 다시 중학교로 왔지.

작년에는 5월 중순부터 임시 담임을 맡아서 같이 1학년 교무실에서 근무하고.

10년 만에 담임 업무를 맡아서 해 봤었다.

그러다가 올해 여쌤이 학년부장으로 발표되었고.

3월 2일부터 순조롭게 학년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학생들과 전화, 문자로만 연락.

벌써 세 달이 지나는구나.

 

지난 금요일에 10년, 20년, 30년 근속 선생님들 표창식이 있었다.

둘이 같이 20년 근속 상 받았지.

주교님께서 메달도 목에 걸어 주시고, 이사장님, 총동문회, 친목회에서 축하금도 주시고. 

 

그 날 아침 교무실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우리가 벌써 20년이나 되었네? 30년 근속도 같이 할 수 있을까?"했었는데. 

 

지난 주 점심 식사 하고, 학교 앞 편의점에서 차 한 잔하면서 얘기하는데,

2010년에 갑상선암이 발병해서 병가 내고 서울에서 한 달 동안 치료 받았을 때 얘기하는데

눈물이 글썽글썽...

많이 아팠었다는 건 들었었는데 갑상선암이었는지는 몰랐었다.

 

여쌤이 요즘에는 꽃에 푹 빠져 있다.

학교 옆에 식물원이 있어서 점심 식사 후 몇 번 갔었는데 그 뒤로 온 교무실을 화분으로 가득 채워 놓았다. 

아침에 출근하면 다 창가로 내 놓고, 물 주고, 퇴근 전에는 다 들여놓고. 

 

지난 수요일애는 열이 좀 있어서 못 나올지도 모른다고 해서

아침에 출근한 뒤 화분들 창가로 다 내놓았는데 어떻게 출근했네?

열이 아직 그렇게는 높지 않아서 왔단다.

"누가 화분 내 놓으셨어요?"

"왜? 화분 배열이 마음에 안 들어? 또 뭐라고 하려고 그러지?"

순간 교무실에서 선생님들 폭소가...

 

건강상 믹스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고 해서 거의 안 마시는데 요즘에는 1개는 마신다.

내 옆에 차랑 과자들이 놓여있는 탁자가 있어서 차 탈 때 보인다.

그럼 차 마시러 오면서

"선생님. 지금 저 차 몇 잔째 마시는지 세어보시죠?

 아침에 오시면 항상 과자들도 일렬로 반듯하게 놓으셔서 누가 몇 개 먹나 속으로 다 세고 계실거야"

그 때에도 폭소. ㅎㅎㅎ

 

목요일에는 같이 퇴근하면서 학교 주차장에서

"아침에 선생님 차 옆에 주차하려고 했는데 차를 좀 삐딱하게 놓으셔서 기분 나빠서 그 옆에 주차 안 했어요"

하고 또 장난한다.

학생들처럼 이마에 딱밤을 한 대 '퍽'

조심하라우...

 

학생들 등교하려면 이제 1주일 남았네.

"작년 엄청 말 안 듣는 2개 반 담임이라서 고생 많았으니 올해는 좋은 학생들 있는 반이겠지?"

하고 둘이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기를 바랍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