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와 닿는 시들

< 모래바람무늬-신정민 >

엑칼쌤 2019. 5. 10. 16:09

모래바람무늬-신정민



아버지는 TV를 켜 놓고 주무셨다


끄면 영락없이 깨셨다

방송 중인 곳에 돌려놓고 다시 눈을 감으셨다


필요했던 소음


먼 옛일이 어제 일보다 분명한 아버지에게

TV는 필요한 소음을 제공하는 훌륭한 기계였다


재미없는 드라마도 필요했다


방송 끝난 화면의 소음 속에 외계에서 오는 신호가 잡힌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버지가 별에서 왔다는 걸 알았다


밤하늘 자주 올려다보는 아버지의 버릇

떠나온 고향 어디쯤인지 가늠해 보는 것이었는데


별과의 접선을 시도하는 줄도 모르고

방송 끝난 TV를 자꾸만 껐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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