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붉은 까닭-이월춘 누가 낙조를 아름답다 하는가구두에 앉은 먼지만큼 하루가 무거워질 때문득 고개를 들어 저렇게 붉은 노을을 본다. 사랑한 만큼 길을 만든다는세상 가장자리들의 말씀을 뿌리며내 얕은 생애의 그림자까지 물들이는 노을. 노을이 붉은 까닭은낮은 곳에 엎드려 밀물지는 사람들에게그리운 안부를 전하기 위해서이다.서러움조차 수줍은 사람들이 모여서묻어버릴 수 없는 마음들을 나눠갖게 하려고오늘도 저녁산 노을은 붉은 것이다. 바람도 소용없다.잠시 흔들리다 멈추는 물결도 부질없다하나로 뭉쳤던 하루의 힘들이온 하늘 가득 퍼지는 건어둑어둑 골목마다 등불을 내거는저 사람들의 이쁜 얼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