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사지 그늘 아래
"나라를 지키는 용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바다에 묻히기를 자처한 문무왕.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용당리 감은사지(感恩寺址)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쓸쓸한 풍경 속에 우뚝 솟은 2기의 삼층석탑이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 감은사지 삼층석탑 뒤로 짙은 대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
▲ 감은사지로 올라가는 입구. |
감은사는 문무왕이 일본 병사들의 침입을 막고자 하는 뜻에서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이에 아버지의 뜻을 이어 신문왕이 '호국 사찰'로 완성시켰다.
여타 절과는 달리 독특하게도 지하에 용도를 추측하기 힘든 큰 공간을 만든 감은사. 신문왕은 용이 된 아버지 문무왕이 그곳에서 쉴 수 있기를 바랐던 게 아닐까. 옛사람들의 효심은 왕족이나 평범한 백성이나 매한가지였다.
사적 제31호인 감은사 터는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산기슭에 위치했다. 석탑과 금당(金堂) 터, 초석과 장대석 등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어 봄가을이면 신라 역사에 관심을 가진 중·고교생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여유롭게 절터와 삼층석탑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 하지만 푹푹 찌는 여름엔 그것도 마냥 쉬운 게 아니다. 그럴 때면 석탑 뒤편 촘촘한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는 대나무 숲으로 숨어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신라가 번창하던 시기에도 분명 감은사에 대나무 숲이 있었을 터. 입이 없어 말하지는 못했겠지만, 그것들은 문무왕을 그리워하는 신문왕의 애끓는 심정을 눈앞에서 지켜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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