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교실에 앉아서...
지금 내가 담당하고 있는 반 교실이 내가 정식 교사 되고 처음 담임했었던 반 교실이다.
2001년 2ㅡ6반.
반 편성이 너무 안 좋게 되어서 8개 반 중에서 꼴등 반.
저 반은 도저히 성적 올리는게 불가능하다고 했던 반이었다.
일단 담임 맡고 첫 중간고사 보기 전 일요일 9시까지 등교하라고 했다.
그리고 시험 기간에는 같이 남아서 공부, 자습했지.
일주일 뒤 성적이 나왔는데 6등으로 올랐다.
우와.
그래도 잘 했어.
다음 기말고사때는 4등으로 오르고.
여름방학 시작.
첫 일주일은 휴가.
다음주부터 9시까지 등교해서 1학기때 아침 자습 시간에
풀었던 문제를 시험지로 만들어서 복습.
2학기 시작.
중간고사를 앞둔 10월 5일 금요일 퇴근하는데 지하차도를 신호 받고 올라가는데
맞은 편 지하차도로 내려가야될 중형차가 갑자기 진로를 틀어서 내 쪽으로 오는게 느껴졌다.
순간 핸들을 확 꺾었지.
쿵!
눈 떠보니 내 차는 맞은 편 구석으로 밀려나있고,
운전석 차 문이 찌그러져서 안 열어진다.
발로 힘껏 몇 번 차니 그때서야 열리네.
내려서 차를 보니 앞 엔진 부분이 완전히 나갔다.
조금만 운이 안 좋았으면 내 몸이 저렇게 되었겠구나...
3주 진단 나와서 입원해 있다가 애들 시험 기간이라 걱정되어서
1주만 입원하고 아침 6시에 간호사실 앞에 퇴원한다고 메모만 남기고 출근했다.
출근하신 선생님들이 다들 왜 벌써 퇴원했냐고?
나중에 후유증 생기면 어떻게하냐고?
걱정해주셨지.
아직 목이 안 숙여져서 수업할때는 파란 색 목 보호대 하고 수업했었다.
그 때 이 녀석들이 1등을 해서 엄청 다들 기뻐했었지.
교무실에서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탄성이 나오고.
그 때가 2001년이었는데 지금 담임 맡고 있는 반 교실이다.
학생들 다 하교하고, 빈 교실 올라와서 간단히 청소하고 앉아서 생각 좀 했더니
그 때가 생각나네...
"힘 내라. 문 선생.
이번 한 주 진짜 엄청 고생 많았어.
아.
눈물 나네...
내일 주말이니까 한 잔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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