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삼국-고려시대

< 양주 대모산성에서 목간 4점 또 출토 >

엑칼쌤 2024. 11. 28. 11:11

양주 대모산성에서 목간 4점 또 출토

 

임진강과 한강 유역을 잇는 길목에 자리한 경기 양주 대모산성에서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이 추가로 나왔다.

지난해 궁예(?∼918)가 세운 나라인 '태봉'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독특한 목간이 발견된 곳에서 고대 문자 자료가 또 확인되면서 향후 연구가 주목된다.

양주 대모산성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물을 모으기 위해 만든 집수(集水) 시설에서 목간 총 4점이 출토됐다.

성안 집수 시설에서 목간이 나온 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목간 왼쪽은 적외선 촬영본, 오른쪽은 실제 유물 모습

 

돌을 쌓아 원형으로 만든 이 시설에서는 '정개 3년 병자 4월 9일'(政開三年丙子四月九日) 등의 글자와 사람 그림이 남아있는 목간이 출토된 바 있다.

정개는 태봉에서 914년부터 918년까지 사용했던 연호를 뜻한다.

이 목간은 궁예가 세운 태봉과 관련한 최초의 문자 자료이자, 국내에서 출토된 목간 중에서는 가장 많은 123자의 글자가 쓰인 것으로 파악돼 학계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양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성 내 상단부에 있는 집수 시설 절반 정도를 조사했고, 올해 추가 발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목간이 잇달아 출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 4점의 목간은 세로로 긴 형태로 글자가 곳곳에 남아있다.

이 중 길이가 50㎝와 47㎝인 목간 2점은 서로 짝을 이룬 듯한 형태다. 두 목간의 너비는 8㎝로 동일하며 '금와인'(金瓦人), '토와인'(土瓦人) 글자가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문에 참여한 학계 전문가들은 "하나의 나무를 반으로 잘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형식과 내용상으로도 서로 짝을 이루도록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목간 형태, 발견 장소 등을 고려하면 '태봉' 목간과 관련이 있으리라는 의견이 많다.

 

목간이 발견된 집수 시설과 관련해 "둥근 형태로 정교하게 쌓아 조성했다"며 "물을 가둬서 쓰는 용도보다는 제의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조사단은 목간 가운데 숫자가 적힌 목간 1점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양주시 측은 "토지 면적과 곡물의 수량 표시인 두(斗), 되(刀), 홉(合), 푼(分)의 구체적 사례가 나타나는데 지금까지 출토된 목간 중에서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단위의 쓰임새, 내용에 따라 향후 삼국시대 도량형 연구에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에 발견된 목간이 신라의 행정 문서였으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목간에 적힌 '금와인'과 '토와인'을 각각 동기와 제작자, 흙 기와 제작자로 추정하고, 신라의 지방 관등인 '일벌'(一伐) 글자를 판독한 견해도 있었다고 양주시는 전했다.

일벌은 지방민에게 부여하던 관등 중 하나로 674년 폐지됐다고 알려져 있다.

목간이 출토된 집수시설 모습

 

양주시는 "출토된 목간 4점에는 이두식 표현도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향후 목간의 성격과 구성, '태봉국 목간'과의 관계 등을 추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양주 대모산성에서 출토된 '태봉국 목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