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 명동성당 추모 발길 이어져…"시대 밝혔던 횃불 잃었다" 침통
성직자·신도들 "부모님 돌아가신 듯 가슴 아파"
"천국에서도 우리나라 지켜주세요" 추모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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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미사 16일 김수환 선종 소식을 접한 가톨릭 신자들이 명동성당에 모여 밤 늦게까지 추모미사를 드리고 있다. 이종덕 기자 |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이 전해진 16일 시민들은 하나같이 "큰 별이 졌다"며 안타까움과 함께 애도를 표시했다. 평생을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몸소 돌보며 참된 종교인의 길을 실천해온 '큰 어른'의 타계여서 시민들의 슬픔이 더욱 컸다. 서울 명동성당을 비롯한 전국의 가톨릭 성당에는 신자뿐 아니라 국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각 포털에 마련된 추모 사이트에는 애도의 글이 줄을 이었다. 서울대교구는 명동성당 입구에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선종, 주님 스테파노 추기경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성모병원과 빈소가 마련된 명동성당은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에 전국 각 교구 성직자들은 서둘러 병원과 성당을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고, 신자들도 우리 시대의 어르신이 가는 마지막 길을 슬픔으로 맞았다. 이날 오후 장례위원회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김 추기경은 선종 직전 상태가 좋지 않아 별다른 유언은 없었다"며 "하지만 선종 10분 전까지는 의식이 또렷해 '고통스럽지 않으냐'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에 고개를 저으면서 편안함을 주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밝혔다. 허 신부는 "추기경은 평소 '그동안 사랑을 과도하게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선종 전에도 '사랑한다', '용서해라'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전했다.
○…김 추기경의 시신이 병원에서 출발한 오후 9시 성직자들과 신자들은 슬픔을 금치 못하며 눈물을 흘렸다. 맹모(49·여)씨는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처럼 가슴이 뛰어 진정할 수가 없다"며 "시대를 밝혔던 횃불을 잃은 것"이라고 침통해 했다. 오후 9시30분쯤 김 추기경의 시신을 태운 앰뷸런스가 경찰 사이카를 앞세워 명동성당에 도착하자 정진석 추기경이 제일 먼저 그를 영접했다. 앰뷸런스 주위의 신도들과 시민들도 김 추기경의 운구 절차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신자 김모(47)씨는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슬픈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이렇게 찾아왔다"며 "종파에 관계없이 사회적 원로로 추앙받는 인물이 언제 다시 탄생할 수 있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추기경의 시신이 명동성당 본성당으로 들어가자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이 곳곳에서 흐느꼈다. 김 추기경의 시신은 성당 제단 앞 투명한 관에 둘러싸인 채 조문객들을 맞이했다. 모자를 쓰고 두 손을 가슴에 올려놓은 모습이었다. 가톨릭 신자인 한승수 국무총리는 김 추기경의 시신이 도착하자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김 추기경의 교구장 시절 측근에서 보좌했던 김옥균 주교는 휠체어를 타고 와 조문했다. 김 주교는 김 추기경을 보좌했던 시절이 기억나는지 관을 두드리고 계속 얼굴만 응시한 채 자리를 한동안 뜨지않았다. 한편 성당 오른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은 성당 내부와 김 추기경의 시신을 비쳐줘 성당에 들어가지 못한 신자들은 스크린을 보며 성호를 긋고 묵념했다.
○…종교가 없는 일반인들과 다른 종교인들에게도 커다란 슬픔이었다. 회사원 조모(32)씨는 "김 추기경은 우리나라 최고의 성인 아니냐. 우리 사회에서 그만큼 반감을 받지 않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아온 인물은 없었다"며 "안 그래도 (경기침체로) 암울한 시기인데 힘이 더 빠지는 느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주진형(33·공인회계사)씨는 "김 추기경은 타 종교인이 존경할 수 있는 분이었다"며 "그가 보여준 포용의 정신이야말로 종교인의 표상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의 영역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 분"이라며 추모했다. 사회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고언을 아끼지 않았던 김 추기경의 평소 삶을 반추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 한모(25)씨는 "사회에 일이 있을 때마다 그분이 한마디를 해주면 때로는 위로가 되고 질책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이 장기기증 의사를 밝힘에 따라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16일 선종 직후 안구 적출 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추기경은 세계성체대회에서 기증을 약속했다. 이날 성모병원에서 오후 7시20분 수술에 들어가 5분 만에 마쳤다. 수술 결과는 좋아 2명에게 새로운 빛을 주게 됐다. 강남성모병원 김만수 교수는 "특별한 감염질환이 없고, 내피세포가 온전하다면 다른 사람한테 이식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추모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포털사이트 싸이월드 뉴스 홈 내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에는 수많은 누리꾼이 슬픔을 표시했다. ID 김은경씨는 "암흑의 시대에 굳건한 소신으로 민주화를 지켜주신 것처럼 천국에서도 우리나라를 지켜주세요"라고 말했다. ID 박영광씨는 "이 시대의 양심을 잃어버린 느낌입니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고, ID 유기상씨도 "김 추기경님의 말씀 많이 들으면서 삶의 지침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라고 적었다.
○…김 추기경을 기리는 추모 사이트도 마련됐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故 김수환 추기경 편히 잠드소서"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사이트(web.pbc.co.kr/legacy/event/cardinal_ksh/)에는 김 추기경에 대한 각종 사진자료가 게재돼 있다. 또 김 추기경의 약력, 발자취, 영상모음, 추모게시판 등으로 꾸며져 있다. 아이디 성요셉은 "그동안 어려움 안에 서민들의 마음속에 빛이 돼주셨던 추기경님 부디 좋은 곳에 가시길"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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