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반값 등록금 실현’ 학생·시민 거리행진
참가자 3천여명 거리행진 마치고 자진해산
지켜보던 시민들 호의적…응원 보내기도
청계광장이 3년만에 붉게 물들었다. 10일 1만5000여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반값 등록금 촛불'을 들었다. 청계광장에 발 디딜틈없이 수많은 시민들이 모인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등록금 촛불의 주인공인 대학생은 물론 교복을 그대로 입고 나온 고등학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30대 이상의 학부모 세대도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다.
청계광장 집회를 마친 뒤 학생과 시민 3000여명은 밤 10시 40분께 을지로 입구 도로로 쏟아져 나와 8차선 중 4차선을 점거한 채 명동 방향으로 거리행진을 벌였다. 학생과 시민들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외치며 명동을 지나 서울시청쪽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경찰 병력은 밤 11시께 덕수궁 대한문 앞 도로에서 시위대의 행진을 가로막기 위한 바리케이드를 쳤다. 학생과 시민들은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 명동 방향으로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밤 11시 30분부터 학생과 시민들은 청계천로 광교 앞 8차선 도로를 점거한채 구호를 외치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해산경고 방송을 수차례 반복하자 11일 0시 20분께 학생과 시민들은 연좌시위를 종료하고 자진해산했다. 박자은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표는 거리행진과 관련해 "학생들은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경찰이 도로행진 신고를 받아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이 도로를 점거한 것 같다"고 밝혔다.
거리행진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호의적이었다. 일부 시민을 박수를 치며 시위대를 응원을 보냈다. 버스와 택시 안의 승객 중 일부는 시위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격려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는 오후 7시 40분께부터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 공식명칭은 '6·10 국민촛불행동'이다. 그러나 사회를 맡은 조우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문화제의 부제를 강조해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말로 접어들었습니다. 학생이었다면 지금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지지율이 24%, 업무수행평가가 30점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이 대통령은 에프(F)학점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집회의 부제는 '엠비 제적의날'입니다."
조우리 회장의 말이 끝나자 시민들은 박수와 함께 '와'하고 함성을 외쳤다.
학부모 세대를 대표해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장은숙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회장 등이 무대 위에 올랐다. 김영훈 위원장은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이 외친 구호를 소개하며 대학생들을 격려했다.
"행복해지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다른 세상은 가능합니다. 다른 세상은 임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학생들과 함께 "다운 다운 등록금" 구호를 두 번 외쳤다.
조우리 고려대 학생회장은 이날 한국대학생연합 대표들이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 대표 등을 만나고 온 결과를 전했다. 조우리 회장이 "한나라당은 오늘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 자체도 안쓰고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고 전하자 시민들은 '우'하는 소리와 함께 야유를 보냈다.
조 학생회장은 오늘 한나라당 대표들에게서 "'다음에 꼭 만나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면담이 끝난 뒤 조 학생회장에게는 경찰의 출석요구서가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아쉬운 듯 탄성 소리를 냈다.
청와대 인근 기습시위 학생 72명 연행
저녁 8시 40분께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 4당 대표들이 무대 위에 올랐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학생들에게 사과부터 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십 년동안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것을 막지 못해 사과드린다"며 "6월 국회에서 야당들이 학부모·학생들과 연대해 '반값 등록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야 4당 대표 중 시민들의 가장 뜨거운 환영을 받은 사람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였다. 이정희 대표가 마이크를 잡자 여기저기서 "이정희, 이정희"라고 외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 대표는 "2008년 총선 때 20대 투표율이 25%였다"며 "2012년 총선 때 20대 80%가 투표해 반값등록금을 넘어 무상교육까지 가자"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네"라고 대답하며 촛불을 들었다.
9시 10분께. 집회 현장에 속보가 전해졌다. 대학생들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기습시위를 벌이던 학생들 72명이 9시 20분께부터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자은 한대련 의장은 "대통령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학생들을 또다시 잡아가다니 정부에 다시 한 번 실망했다"고 말했다.
가수 손병희·밴드 등 흥겨운 공연
고등학생 윤예슬(경기상업고등학교 2학년)양이 연대발언을 하려고 교복 차림 그대로 무대에 오르자 많은 시민들이 2008년 청계광장에서 첫 촛불을 들었던 여고생들을 떠올린 듯 환호하며 함성을 질렀다.
윤양은 차분한 목소리로 준비해온 연설문을 읽었다. 윤양은 "오빠가 대학을 다니는데 한 학기 5백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있다.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해 내가 대학에 진학해도 되는 건지 너무 걱정스럽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민들은 "울지마, 울지마"라고 외치며 박수로 윤양을 격려했다.
박자은 한대련 의장이 마지막 발언자로 무대에 올랐다. 박 의장은 청와대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박 의장은 "오늘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등을 만났지만 진정성이 없다고 느꼈다. 이제 한나라당에 더 이상 묻지 않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까지 반값 등록금 관련한 입장을 밝히라"고 말했다.
촛불문화제가 진행될수록 시민들의 참여는 계속 늘어 밤 9시 30분께는 1만5000여명까지 시민들의 숫자가 늘었다. 문화제 현장은 발을 떼기도 힘들 정도로 시민들로 가득 찼다. 미처 광장 안에 들어오지 못한 시민들은 청계광장 소라 조형물로부터 백여미터 이상 떨어진 모전교를 지나 수표교 인도까지 자리를 차지해 앉았고 청계광장 옆에 위치한 동아일보사 앞 인도까지도 시민들이 앉았다. '6.10 국민 촛불행동' 주최 쪽은 중간에 자리를 뜬 사람들까지 모두 합해 이날 5만여명이 청계광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 좋아서하는 밴드 > , < 일단은준석이들 > , < 우리나라 > , 가수 손병휘 등이 공연을 펼쳐 학생과 시민들을 격려했다. 문화제는 < 우리나라 > 의 공연을 끝으로 10시 30분께 마무리됐다. 경찰은 문화제 내내 해산 경고 방송을 했지만 청계광장 출입은 자유롭게 허용했다. 문화제가 끝난 뒤 밤 10시 40분께 학생과 시민 3000여명은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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