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합 한 그릇' 얻어먹은 고학생. 70대 노인되어 되갚다 >

'홍합 한 그릇' 얻어먹은 고학생. 70대 노인되어 되갚다 

 

1970년대 어느 겨울 밤.

 

리어카 장사를 하던 아주머니가 배고픈 학생에게 내어준 뜨끈한 홍합 한 그릇은 50년을 흘러 2000달러 수표가 돼 돌아왔다. 지난달 중순 신촌지구대에 한 70대 노인이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친구의 부탁”이라며 노란 봉투 하나를 전했다.

봉투 안에는 A(72)씨의 사연이 담긴 편지와 수표 한 장이 들어있었다.

 

A씨가 신촌지구대에 전달한 편지.

 

편지에 따르면 A씨는 1970년대 중반 강원 지역의 한 농촌에서 서울 신촌으로 와 학비를 벌며 힘들게 학업을 이어나갔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그는 신촌시장 뒷골목에서 홍합을 파는 리어카를 봤다. 배가 고팠지만 돈이 없던 A씨는 홍합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돈은 내일 드리겠다. 한 그릇만 먹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선뜻 홍합 한 그릇을 퍼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편지에서 “그다음 날이라고 제게 무슨 돈이 있었겠느냐”며 “결국 그 홍합 값을 내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A씨는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에 이민한 뒤에도 그 아주머니에게 거짓말했다는 마음의 빚을 진 채 살았다고 한다. 그는 “너무 늦었지만 어떻게든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런 편지를 쓰게 됐다. 홍합 한 그릇을 건네준 아주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그때 못 갚은 빚을 갚는 심정으로 돈을 보낸다”면서 “지역 내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제공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A씨는 현재 미국 뉴욕에서 거주하며 직장 은퇴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부자의 의사에 따라 2000달러를 환전한 226만원을 신촌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신촌지구대에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기부금 전달 행사가 진행됐다. 애초 A씨는 기부 사실을 비밀에 부치길 원했으나, 메일을 통해 연락한 경찰이 설득해 외부에 알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