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 근무(?)
날씨도 미세먼지가 잔뜩 깔려서 우중충하고,
기분도 좀 가라앉아서 점심 식사 안 하고
1학년 어느 반 교실에 가서 앉아 있었다.
항상 열심히 하는 반이라서 기특하다.
창 밖을 바라보면서 학생들과 얘기도 하고, 장난 말도 하고...
5교시 시작 10분 전쯤 교실에서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3학년 좀 문제 일으키는 녀석들과
잘 어울리는 2학년 남학생 두 녀석이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컨테이너 박스 뒤로 들어가네.
어허. 걸렸어.
내려가서 불렀다.
내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한 녀석이 계속 쫑알쫑알 거리네.
큰 소리 한 번 버럭 질러서 반 죽였지.
손 냄새를 맡아보니 바로 냄새가 나네.
이것들이 어디서 학생부 쌤을 속이려고.
"따라와"
담임쌤에게 데려가서 상황 설명하고 넘겼다.
5ㅡ6교시는 1학년 주제선택 시간이라서 교실에 계속 있다가
청소 시간에 화요일 오후에 하는 애니메이션 시간에
제출한 작품들 강당 입구에 게시하고 나오려는데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네.
"나 여기 있는거 어떻게 알고 왔냐?"
하고 물으니 교무실에서 물어보고 왔단다.
아까 안 피웠다고 거짓말하고, 학칙 어겨서 죄송하고...
한 4ㅡ5년 전까지는 학생들이 무얼 잘못해서 선생님이 크게 화가 나면
몇 시간 뒤에 찾아와서 죄송하다고 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담임선생님께서 보내셨겠지만 그래도 이런 모습을 오랫만에 봐서
참 진짜 마음만은 훈훈했다.
...
5시경 퇴근하고 차를 몰아 모악산 금산사 쪽으로 왔다.
한 번씩 마음이 심난하거나 복잡할때 와서 위로와 휴식을 취하는
나만의 비밀 아지트다.
학년 말이라서 어느 과목 선생님께서 가장 마음에 남는 선생님께
엽서를 쓰게 하셨나 보다.
청소 시간에 학생이 두툼하게 주기에 받아서 가방에 넣었다가
꺼내서 하나씩 읽어보았다.
그래도 성적 제일 좋은 반 학생들이 많이 써줬네.
하늘위 달이 아직 보름달은 아니네?
아...
배 고프네.
이제 슬슬 가야겠다.
화장실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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