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 대구 앞산에 놀러가자요
대구 분지 남쪽을 에워싸는 앞산. 대구를 대표하는 도심 공원인 앞산은 수많은 대구 시민이 즐겨 찾는 곳이다. 천연림에 가까운 참나무 숲 10만 여 평과 잣나무 숲은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천혜의 삼림욕장이자,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앞산의 본래 이름은 성불산(成佛山)이었다. 대구의 앞쪽(남쪽)에 있는 산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앞산'으로 통용되다가, 1965년부터 공식적인 명칭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앞에 있어서 앞산'이라는 볼품없는 이름처럼, 지금까지 이곳은 대구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놓여져 있던 평범한 장소였다. 그러나 최근 앞산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기존의 도시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지자체와 지역상인, 지역민들이 함께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사업', '주민 참여형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며 독특한 맛과 멋, 그리고 휴식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 앞산 웰빙 먹거리 타운, 앞산 맛 둘레길
8~90년대 앞산 일원은 대구에서 가장 놀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놀이공원과 수영장 등 다양한 여가시설이 있어, 시민들의 대표적인 주말 나들이 장소이자 데이트 장소였다. 앞산이 데이트 명소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1986년 '산마리노'라는 레스토랑이 들어서 인기를 끌자 비슷한 분위기의 가게가 1990년대 초반 30여 개까지 급격히 늘어났다. 1990년대 대구에서 젊은 남녀가 데이트를 하거나 맞선을 보는 장소를 정할 때면 열에 아홉은 앞산 어디 레스토랑에서 만나자는 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97년 앞산순환도로가 개통되고 차량통행이 활성화되면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반 이상 줄어드는 침체기를 맞게 된다. 70여개에 달하던 식당들은 문을 닫고, 전성기의 활기찬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2012년 현재, 이곳 상인들은 과거의 명성을 새롭게 재현하기 위한 '앞산 맛 둘레길 조성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앞산 맛 둘레길 사업은 상인과 지역민, 그리고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 공간 창출모델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앞산 웰빙 먹거리 타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느리게 걷고, 멈추며, 머물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위한 추진 과정은 도시 재생 전문가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주택가 카페 골목, 앞산 카페거리
앞산 맛 둘레길에서 현충삼거리를 지나 이어지는 남구 대명 9동 일대에는 카페거리로 불리는 주택가 카페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70~80년대 대구 최고의 부촌(富村)으로 대저택의 양옥들이 밀집해 있던 곳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당시의 고급 주택들이 커피숍으로 리모델링되어 카페거리가 조성되고 있으며, 유명 프렌차이즈 카페들까지 들어서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0년 거리공모를 실시하여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거리명칭인 앞산카페거리에는 현재 26개(추가 13곳 오픈 예정)의 카페 및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스테이크를 오븐대신 피자용 화덕에서 굽는 것으로 유명해진 비주얼 테라스 '빈스 마켓(Beans Market)', 40년 된 마당을 그대로 살려 여성복 쇼핑몰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는 '도도 맨션', 웨딩 카페로 유명한 '아쌈(ASSAM)' 등 대구 지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필수 데이트 코스가 된 곳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영남대 건축과 심재익 교수가 설계한 '카페 508'은 매월 전시와 함께 50여명이 세미나를 할 수 있는 2층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더한다. 일본 유명 제빵사가 공급하는 신선한 빵을 베이스로 오너 쉐프가 직접 만드는 샌드위치 메뉴들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오너쉐프들의 매장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성장해오던 이곳에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본래의 분위기를 잃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홍대 앞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삼청동과 같은 서울의 카페거리 역시 초기의 차별화 된 분위기가 사라진 것을 감안하면 앞산 카페거리가 지역 명소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장소성의 확보와 독특한 거리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늦은 밤이 되면, 곱창에 소주 한잔까지
앞산 맛 둘레길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거리에서 차를 한잔 하였다면, 늦은 밤 곱창에 소주 한잔으로 대구 여행의 백미를 장식하는 것이 어떨까?
앞산 카페거리에서 이어진 안지랑 곱창골목은 언론을 통해서도 유명해진 대구의 대표적인 먹거리 골목이다. 깔끔히 포장된 삶은 곱창을 전문 공장에서 공급받고, 가격도 곱창 한 바가지(500g)에 1만원으로 모두 똑같다. 초벌양념을 한 곱창을 연탄불 위 석쇠에 올려 노릿하게 구운 후 된장양념에 찍어 먹는 맛을 찾아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이곳은 40여 곳의 업소가 있지만 상인회의 주도로 호객행위가 없고, 질서정연하게 운영되는 상점가로 전국에서 주목하는 모범사례이다. 앞산으로 놀러오는 이들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깔끔한 추억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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