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분 사는 동네

< 추억 한걸음 향수 한입 대구(大邱) >

엑칼쌤 2013. 5. 8. 13:30

추억 한걸음 향수 한입 대구(大邱)

 

 

 

삶의 뒤안길에는 삶이 녹아 있다. 골목길이 꼭 그렇다. 실핏줄처럼 요리조리 휘어지며 뻗어나간 길목마다 사람과 세월이 함께 만들어낸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담벼락을 끼고 걷다 보면 옛 친구가 반갑게 다가올듯하고 어느새 향수와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대구에서 여행이라면 도심을 둘러보는 '골목투어'다. 한국관광의 별과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99곳에 뽑히기도 한 골목투어는 대구 근대사를 환기시키는 추억길이다.

 

 

도심 한복판을 거미줄처럼 이어주는 좁은 골목과 막다른 길에는 수많은 사연이 살아 있다. 길을 걷다보면 근대의 인물들과 문인, 예술가들의 일화가 곳곳에서 꿈틀된다. 그냥 지나치면 특별할 것 없는 도심골목이지만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흥미진진해진다.
 

◇ 골목마다 옛 문인의 향기와 유년의 추억

 

 

대구에는 유독 골목길이 많다. 중구에만 1000개 넘는 골목이 몰려 있다. 약령골목, 진골목, 양키골목, 먹자골목, 야시골목 등이 도심을 거미줄처럼 묶어놓았다.
 

중구 근대문화골목을 찾았다. 골목투어 제2코스다. 동산동 '선교사 주택'에서 시작해 청라언덕, 3.1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이상화고택, 약령골목, 진골목으로 이어진다. 1.5km로 2시간이면 넉넉하다.

 
선교사 주택은 "봄의 교항악이 울려퍼지는∼"으로 시작하는 가곡 '동무생각'에 등장하는 청라언덕에 있다.
 

주택은 1910년께 미국 선교사들이 지은 서양식 건축물로 겉모습이 당시 미국 방갈로풍 주택을 그대로 닮아 있다.
 

청라언덕 주변의 골목은 명소를 따라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일명 90계단으로 불리는 '3ㆍ1만세운동길'이다.'대구의 몽마르트'라고 불릴 만큼 연인과 함께 오르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3ㆍ1운동 당시에는 주변학교 학생들이 일본 경찰을 피해 모여들었던 길목이다.
 

3ㆍ1운동계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우리나라 3대 성당으로 꼽히는 '계산성당'이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이상화시인의 고택길로 들어섰다. 대구 출신인 이상화 시인은 1939년부터 1943년 작고하기 직전까지 이 집에서 예술혼을 불태웠다. 고택은 생전에 친구들과 제자들을 맞이한 사랑방, 울적한 마음을 달래던 감나무 마당, 생을 마감한 안방 등 그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상화 고택과 마주한 서상돈 고택은 과거 국채보상운동의 중심에 섰던 고상돈의 터전이다. 1891년 41살의 나이에 지은 집이 2004년 헐리면서 2008년 복원됐다.

 
고택을 나서 뽕나무골목, 제일교회 등을 거치면 약령골목이다. 제법 너른 길 양쪽으로 약재상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약령골목의 한쪽에는 지금은 약재창고가 돼버린 '마당 깊은 집'이 있다. 소설가 김원일이 피란와서 살았던 집인데 훗날 소설 '마당 깊은 집'의 무대가 된 곳이다. 주변의 담벽에 그려진 몇 장의 벽화가 소설에 등장하는 엣 골목의 풍경을 보여준다.
 

약령골목을 지나면 영남대로다. 옛날 영남지역 사람들이 한양으로 갈 때 이용했던 그 길이다. 지금은 한쪽 담벼락을 장식한 벽화가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지만 당시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염매시장이다. 말 그대로 염가로 판매하는 시장. 과거 새벽에는 한국의 도매상이, 아침에는 일본인이, 오후에는 중국인이 찾아와 하루 3번 열렸던 비 상설시장이다. 염매시장 떡집 골목에는 길가에 내놓은 오색빛깔 잔치떡이 먹음직스럽다.
 

골목길을 따라 구석구석 이야기에 취하다 보면 어느 새 종착지인 '진골목'에 다다른다. 진골목이란 '길다'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다. 이 골목은 내노라하던 대구의 부호들이 모여 살던 부촌 중이 부촌이었다. 한때 고래등 같았던 옛 가옥들은 죄다 음식점이 돼버렸고 문을 담은 정소아과만 간판과 함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진골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도다방이다. 정인숙(60)씨가 운영하는 다방은 진골목의 터줏대감이다. 중절모에 세월의 무게를 지탱하는 지팡이 차림의 손님들. 대부분 미도다방 역사에 버금가는 연세의 어르신들이다. 최근들어 20~30대의 젊은이들도 부쩍 늘었단다. 골목투어가 만든 풍경이기도 하다.
 

커피 2000원, 약차 2500원, 계란 노른자를 띄운 쌍화차는 3000원에 내놓는다. 덤으로 과자가 한 접시 수북하게 나온다.
 

◇ 골목마다 향수 자극하는 먹거리 풍성

대구 골목에는 주머니 사정 걱정 없는 싸고 푸짐한 음식을 내는 맛집이 많다. 북적이는 골목길 맛집을 돌아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서문시장 먹자골목ㆍ국수골목, 평화시장 닭똥집골목, 안지랑 곱창골목, 동인동 매운갈비찜골목 등 이름만 대도 군침이 돈다.
 

대구에서 가장 큰 시장인 서문시장은 상인과 방문객의 배고픔을 달래는 음식이 한가득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이 골목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먹거리 좌판이다.
 

칼국수와 보리밥, 얄팍한 만두피 속에 당면을 넣은 납작만두, 굽기 바쁘게 팔리는 호떡, 콩나물과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내는 양념 어묵, 당면으로 속을 꽉 채운 유부주머니 등 셀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음식이 차려져있다.
 

특히 대구 명물로 통하는 '납작만두'를 처음 내놓았다는 노점 '미성당'은 어찌나 손님들이 많던지 아예 사람들로 포위된 형국이다. 또 32년째 수제비를 만들고 있는 '원조 수제비'집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동인동 매운갈비찜도 대구를 대표 음식중 하나다. 고추가루와 마늘이 듬뿍 들어간 갈비찜은 양은냄비에 담겨 나온다. 매콤하면서도 입안에서 살살녹는 갈비를 먹고 난후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데 그 맛이 기똥차다.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에는 이색 닭똥집들이 있다. 닭똥집이라고 하면 대개 포장마차 술안주를 떠올리지만 여기서는 치킨처럼 튀겨 낸다. 튀김똥집은 닭고기 대신 닭똥집을 사용하는 것만 빼고 만드는 법은 프라이드치킨과 같다.
 

진골목에도 맛집이 있다. 미도다방 인근에 있는 진골목식당이다. 이 식당에서 고춧가루를 넣은 칼칼한 고깃국을 끓여내는데 '육개장' 음식으론 대구에서 처음 시작됐다. 또 중앙로 사거리와 한일로 주변에 따로국밥집도 10여 곳 있다. 1946년 문 연 '국일따로국밥'이 원조라고 불린다.
 

대구 앞산 대덕식당의 선지국도 배놓을수 없다. 깔끔하고 맛깔스러운맛으로 대구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 아침, 저녁 산책길에 먹고가는 사람들로 종일 북적인다.
 

◇ 여행메모-골목길 투어

 

△ 1코스-경상감영달성길(3.5km)☞경상감영공원-향촌동-북성로-달서문-삼성상회-달성공원.
 

 

2코스-패션한방길(2.65km)☞주얼리타운-교동귀금속거리-동성로-남성로(약령시)-서문시장.

 

3코스-삼덕봉산문화길(4.95km)☞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김광석길(방천시장)-봉산문화거리-대구향교-건들바위.

4코스-남산100년향수길(2.02km)☞반월당-관덕정-성유스티노신학교-성모당-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