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

< 아웅산 수치여사 >

엑칼쌤 2009. 9. 3. 11:33

아웅산 수치여사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톈안먼 사태 후 보수파에 의해 축출돼 죽을 때까지 가택에 연금됐다. 그는 '국가의 죄수(Prisoner of the state)'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권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당시 집권층의 피해망상과 조급증이 반인륜적 범죄를 낳았다고 폭로했다. 파키스탄 정부도 얼마 전 반정부시위와 관련해 샤리프 전 총리와 제1당인 무슬림 리그의 당직자들을 가택에 연금했다.

부도덕한 정권, 페어플레이를 통해선 국민 지지를 얻기 어려운 정권이 애호하는 수단이 가택연금이다. 정적의 손발을 묶어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일 것이다. 박정희·전두환 정권도 김대중, 김영삼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구속과 가택연금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민주화의 물결을 막지는 못했다. 독재와 탄압의 강도가 거세질수록 불의에 대항하는 시민정신도 더욱 강해짐을 역사는 웅변한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끝없는 시련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세 차례에 걸쳐 무려 13년의 가택연금이 끝나가는 마당에 이번엔 정치범수용소에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자택에 잠입한 미국인과의 접촉이 이유지만 그녀의 영향력을 두려워한 군사정권의 '음모'라는 점은 삼척동자라도 알 만하다.

미얀마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 여사는 야당 민족민주연합(NLD)의 사무총장으로 반정부 세력의 중심인물이다. 1990년 총선에서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에 대패했던 군사정권으로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게 껄끄러웠을 것이다. 음모니 덫이니 하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미국인 가택 잠입이 있은 후 수치 여사 측이 그런 처신을 한 이유도 궁금하다. 외국인을 신고 없이 재워주면 처벌받는 법 체계에서 군사정권이 예의주시함을 잘 알 텐데, 그냥 재워주다니. 때론 덫인지 알면서도 의연하게 걸어나갈 수밖에 없어서일까.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하지만 그녀의 시련을 보며 야속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 이룰 수 있는 법. 미얀마 군사정부의 이번 '자충수'가 정당성 없는 정권을 몰아내는 기폭제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