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일상으로 아이 몸에 좋은 습관을 저장하라!
유아기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 리듬감 있게 매일같이 반복되는 시기다.
그런데 별거 아닌 듯 보이는 이 '반복된 일상'이야말로 유아기 아이가 잘 치러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 시기 익힌 생활습관이 '절차기억'화되어 몸에 고스란히 저장되기 때문이다.
◆ Section 1. 유아에게 규칙적인 일상이 중요한 이유
* 단순한 생활 리듬 익히기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 하루 세끼를 제때 잘 챙겨 먹는 것, 꼬박꼬박 이를 닦고 목욕을 하는 것, 낮에는 신나게 놀고 밤이 되면 잠자리에 들어 숙면을 취하는 것…. 얼핏 보면 매일같이 겪는 생활습관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조차 차근차근 익혀야 할 삶의 과업이며 가장 중요한 일상이다. 세상이라는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디딘 아이는 모든 게 새롭다. 그 속에서 매일같이 반복되는 생활을 리듬감 있게 익혀나가며 이어가며 세상 사는 법을 배워 나간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반복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몸으로 터득한 기술을 두고 '절차기억'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마치 자전거 타기나 수영, 운전을 한 번 배우면 시간이 지나도 언제든 할 수 있듯이 몸으로 익히는 기억을 뜻한다. 기억상실증에 걸리더라도 여전히 자전거를 탈 수 있고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절차기억은 가장 잊기 힘든 기억에 속한다.
* 반복된 생활 속에서 아이는 안정감을 얻는다
갓 태어난 아이는 호흡 수도 불규칙하고 맥박도 일정하지 않다. 인간이라면 호흡, 심장박동, 맥박 등과 같이 본래 주어진 생체리듬이 있게 마련인데, 이제 막 세상 빛을 본 아이는 생체리듬은 물론이요, 생활 리듬도 완전히 형성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차츰 반복적인 일상을 경험하며 생활에 안정감을 얻게 된다. 똑같은 일상이라고 지루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안에서 깊은 안정감을 얻는다. 가끔 무리하게 외출을 하거나 평소와 달리 격한 활동을 했을 때 아이가 탈이 나곤 하는 것도 생활 리듬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유아기에 리듬 잡힌 생활 속에서 안정적으로 반복적인 일과를 학습한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닥쳤을 때 자신감을 갖는 동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 생후 3개월부터 형성되는 절차기억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기는 생체시계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낮과 밤의 구별이 없다. 하지만 생후 3개월쯤 되면 밤낮을 구별하며 자연의 리듬을 읽어낸다. 이러한 능력은 생후 2~4개월에 급격히 발달한다. 생후 100일을 기점으로 낮잠 시간은 감소하고 밤잠을 장시간 자는 것도 이 때문. 생후 3개월은 무의식적으로 학습되는 절차기억이 싹트는 시기이기도 하다. 절차기억은 뇌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데 출생 당시에는 미숙하지만 생후 3개월만 되어도 기능을 발휘한다. 의식하지 않고도 장난감을 어떻게 잡아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지 알게 되며 기기, 서기, 걷기도 이 절차기억을 통해 학습하게 된다.
◆ Section 2. 몸에 저장되는 '절차기억' 다지기
'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머리로 아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안다는 것의 전부를 뜻하지는 않는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사실 '할 줄 안다'는 것까지 포함한다. 머리로 익힌 것을 몸으로 해봐서 할 줄 아는 단계로 가야 앎의 완성이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이 머리로 아는 것을 직접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절차기억'을 다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억력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일화기억과 절차기억이 있는데, 일화기억은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지난 어린이날 뭐 했더라?', '네 생일날 어디 갔었지?'라고 물었을 때 누구나 일화기억을 떠올리며 쉽게 대답할 수 있다. 일화기억은 생활에서 경험한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라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기억된다. 흔히 '기억력이 좋다'고 할 때 일화기억이 뛰어난 경우를 일컫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절차기억은 자전거 타기와 같이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떻게 하는지를 몸이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일의 절차와 순서를 기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일어나 목욕탕에 가서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는 것, 숟가락질·젓가락질 하기, 밥을 먹은 뒤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한 묶음으로 기억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글 파일을 열고 문서를 작성한 뒤 저장하고 파일을 닫아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것 또한 절차기억의 한 예.
절차기억은 생활습관을 익혀야 하는 유아에게 매우 중요한 기억 체계다. 아이들이 할 일을 자주 잊어버리는 것 또한 절차기억이 견고하게 형성되지 않아 그런 경우가 많다. 엄마가 알려주는 '할 일'에 포함된 여러 행동을 아직은 조직화시켜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절차기억은 의식하지 않은 채 몸에 저장되는 기억이랄 수 있다.
◆ Section 3. 절차기억 탄탄하게 다지는 실전 노하우
1. 아이에게 훈련과 경험할 기회를 줘라
아이들은 자라면서 차츰 뇌가 분화되고, 다양한 영역 간의 연결고리가 생기게 된다. 무언가를 수행하는데도 단순하고 개별적인 것으로 보기보다는 서로 연관된 것으로 이해하며 서서히 생각하고 계획하는 능력을 계발시킨다. 어릴 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거들어줘야 했던 아이가 차츰 엄마 품을 벗어나 자발적인 행동력을 갖추게 되는 것도 이러한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얼마나 혼자 자주 해봤느냐 하는 훈련 여부에 따라 개인차가 상당히 크다. 따라서 평소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는 경험과 훈련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흘리더라도 혼자 밥을 떠먹게 해보는 것, 서툴더라도 스스로 지퍼를 올려보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처음부터 잘 하는 아이는 없다.
2. 익혀야 할 생활습관은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무언가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면 반드시 학습이 필요하다. 아이가 익혀야 할 생활습관은 반드시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습관을 들인다. 예를 들어 스스로 옷 입는 연습을 할 때는 먼저 '옷의 앞뒤 방향 맞춰두기→ 머리부터 집어넣기→그다음 속에 입은 내의의 소맷자락이 말리지 않도록 소매 끝을 손가락으로 잡은 채 팔 넣기' 식으로 구체적인 순서를 잘 설명해준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학습이 반복되면 어느새 아이는 엄마 도움 없이도 거뜬히 해낸다.
3. 아침 햇살을 충분히 받아 뇌를 깨우자
절차기억을 다지기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햇볕과 어둠이다. 인간의 하루는 빛으로 시작해 어둠으로 끝난다. 아이의 생체리듬은 하루의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아침이 주는 기운, 저녁이 주는 기운을 거스르지 말 것. 아침에는 깨어 있고 어두운 밤이 되면 몸의 시동을 끄는 생활 리듬을 몸에 기억시켜야 한다. 이러한 신체 활동의 강약은 성장기 아이에게 매우 중요하다.
4. 해야 할 일을 그림이나 도표로 설명해주자
말로 설명한 것은 귀로 흘리기 쉽다. 이럴 땐 순서가 필요한 생활습관 몇 가지를 그림으로 간단하게 그린 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면 어떨까. 예를 들어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해야 할 일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식. 손발을 씻고, 양치질하고, 잠옷 입고 눕기. 이 세 가지의 과정을 칫솔, 잠옷, 누워 있는 모습으로 그린 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는 것이다. 아이가 익혀야 할 생활습관이 있다면 일련의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그대로 따라해보게 하자.
5. 오감을 활용하면 몸이 더 잘 기억한다
아이는 감각 자극을 함께 받을 때 더 오래 잘 기억한다. 특히 두 가지 이상의 공감각적 자극을 받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면 노래만 부르는 것보다 더 자세히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따라서 몸에 배게 할 생활습관이 있다면 오감을 함께 자극해주자. 아침 기상 시간에 맞춰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를 튼다거나, 잠자리에 들 시간이면 은은한 백열등을 켜주고 잔잔한 클래식을 틀어 청각과 시각 자극을 함께 준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또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기억할 것이다.
6. 생활계획표에 따라 움직여보자
일상적인 경험을 규칙적으로 하면 기억력이 향상된다.'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양치질하고 아침 9시 30분에는 EBS만화 한 편 보고 어린이집으로 등원하기, 오후 4시에는 산책을 하고 밤 9시에는 원하는 책 3권을 골라 엄마와 본 후 잠자리에 들기, 이렇게 하루의 일과를 정해놓고 생활계획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계획표의 순서에 따라 실천에 옮기기 전 아이로 하여금 다음에 어떤 것을 해야 할 지 기억해보도록 한다. 절차기억을 보다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방법이다.
7. 휴식이 뇌를 효율적으로 만든다
오전에 충분히 에너지를 쏟아냈다면 반드시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특히 만 3세 미만 아이라면 1~2회 이상의 낮잠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낮잠은 아이의 생체리듬을 쾌적하게 만들며,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낮잠을 거부하는 아이라면 잠들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아이가 일정한 낮잠 패턴을 익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커튼을 쳐 방 안을 어둑어둑하게 만들고 주변의 소리와 빛을 차단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몸의 시동을 끈 채 쉬는 동안 아이의 뇌는 깨어 있는 동안에 얻은 정보를 정리해나간다. 이미 쌓은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연결하기도 하고, 불필요한 지식은 삭제하며 기억을 정리한다. 휴식은 효율적으로 기억을 저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8. 가끔 생활환경을 새롭게 바꿔주자
가끔 주변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 절차기억력을 향상시킨다. 아이는 주변 환경과 일상생활에 대해 나름의 기억을 다져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때 집 안 가구의 위치라든지 장난감, 모빌의 위치 등을 조금씩 바꾸어주는 것. 단순히 물건의 위치뿐 아니라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하루 일과의 순서에도 한 번씩 변화를 준다. 이전에 갖고 있던 기억과 지금의 변화가 명확하게 구분지어 지면서 오히려 이전의 기억까지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9. 자연 속에서 쉬는 시간을 갖자
자연은 편안함과 안식을 주는 동시에 오감을 활짝 열어준다. 자연 속에서 오감을 열면 보다 효율적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물소리,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는 뇌를 유연하게 만들며 자율신경을 안정시킨다. 자연의 색감 역시 마찬가지. 이따금 아이와 함께 조용한 자연 속에서 휴식을 가져보자. 자율신경이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에서 신체 대사 능력이 원활해지고 두뇌 활동도 활발해진다.
10. 평온한 하루의 마무리가 절차기억을 높인다
포근한 잠자리에서 엄마가 들려줬던 옛날이야기는 유난히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보드라운 잠자리와 인형의 감촉이 생생한 것 또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잠자리에서 몸과 마음이 릴랙스되어 기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른 경험이나 학습을 하지 않고 잠이라는 무의식의 세계로 바로 연결되므로 잠들기 직전 획득한 지식은 오염되거나 왜곡될 염려도 없다. 그러니 잠자리에 누운 아이와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정서적 교감을 나눠보자. 잠들기 전에는 낮 시간에 경험하고 배운 내용이 보다 효과적으로 기억된다. 또한 잠을 자는 동안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기억이 이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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